개정의료법상 설명의무에 대한 이해
본 게시글은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의 강의를 기초로 수정 편집하여 게시함을 알려드립니다.
의사에 대한 설명의 의무법 발의의 배경
우리나라 대법원은 1979년 후두종양제거술 이후 목이 쉰 사건에서 처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인정하고 있다. 전체 손해 배상(치료비, 일실수익, 위자료 등 포함)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히는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설명의 의무법이 시행하기 이전에는 그 설명의 시기나 내용, 목적 등에 따라 의사의 의료과실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따른 배상을 판결하고 있었다.
첫째, 의사는 환자 자기결정권을 위한 설명의무 즉, 수술과 같은 침습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환자에게 그 의료행위에 대한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야 할 의무(협의의 설명의무)을 다하지 못하면 판사는 의료과실과 무관하게 정신적 위자료 배상을 하게 한다.
두번째 요양방법 지도설명 의무 즉, 진료 중 또는 진료 후에 발생이 예견되는 위험이나 나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주의사항과 대처방안 등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료과실에 해당하여 판사는 의사에게 민사적인 모든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
최근에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분쟁 사례 급증하고 있고 의료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설명의무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두고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리수술, 유령의사 사례 보도가 되기도 하고,
검찰 의료법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필요성 제기되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수술동의서 양식(설명사항에 ‘주치의 변경가능성과 사유’ 추가)이 변경되었다.
반면에 의사의 입장에서는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 경우, 의료과실로 인정이되면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했으며, 의료과실이 아닌 경우라 할지라도 설명의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의료과실로 인정되어 민사상 배상 또는 도의상 정신적 위자료의 형태로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사는 환자의 요구로 진료을 거부하지 못할 의무가 있으면서도, 의료행위 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일방적인 처벌에 해당되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설명의 의무를 강제한 개정된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본조신설 2016. 12. 20, 시행일 : 2017. 6. 21.]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수술등”)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③ 생략( 사본 교부 )
④ 제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설명의무 위반시 처벌
설명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은 없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상(사)죄 성립 가능하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이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한의사의 봉침시술 직후 쇼크반응으로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봉침시술에 앞서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봉침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
개정과정
- 2016. 8. 김승희 의원안과 윤소하 의원안이 발의
- 2016. 11. 7. 보건복지위원회 대안 마련 ;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 규정 포함
- 2016. 11. 30. 법제사법위원회 수정의결 ;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 규정 삭제, 과태료 전환, 설명 사항 조정
- 2016. 12. 1. 국회 본회의 통과
- 2017. 6. 21.부터 시행
개정과정의 문제점
설명의무는 의료실무에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로 기존에 판례를 중심으로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입법은 의료현실과 기존 법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었다.
독일의 경우 1978년부터 입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후 2013년에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이 독일 민법전에 편입이 되어있고 그 동안 상당한 논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발의 4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하고 6개월 만에 시행이 되었다
또한 그 사이에 입법에 관한 공청회나 전문가 토론회도 거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논의가 상당히 부실하여 형사처벌 여부에만 논의가 집중되고 기존 법리와의 관계나 설명의무의 범위와 방식 등에 관해서는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된다
기존법리와 개정의료법의 차이
기존법리(학설 및 판례) | 개정 의료법 | |
면제 | – 법률에 의하여 의사에게 강제검진의 권한이 부여된 경우 – 위험이 경미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경우 – 환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 – 환자가 설명 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한 경우 – 응급상황으로 사전설명이 불가능한 경우 – 설명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거나 치료행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 –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 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 |
위반시 효과 |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 또는 전 손해) |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
설명의 의무법의 문제점
기존 법리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관련된 것이고, 개정 의료법의 설명의무는 행정상 과태료처분 대상과 관련이 되어 있다.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가 모호해 졌으며, 수술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의사가 설명의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하게 된다.
그 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의료법상 과태료처분에서 서로 어떤 처분결과가 될지 모호한 형편이 되었다.
설명의무에 대한 행정적 개입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흔들고, 결과와 상관없는 일률적인 설명의무의 강제는 의료분쟁 및 의료비용의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건강보험제도라는 공적 의료보장체계에서 의사에 대한 새로운 의무 부과는 그에 대한 보상 필요하다. 즉, 의사는 환자의 진료요구를 거부하지 못하지만, 진료 이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은 일방적으로 져야 한다.
독일에서는 2013년 민법전에 설명의무 등 환자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때 환자의 의무도 같이 규정하였고, 그에 대한 형사적, 행정적 책임은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입법과정에서 입법자들은 기존 판례를 준수하고, 민법상의 의료에 관한 판례의 중요한 원칙들을 규범화 하는 것이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료인에 대한 일방적 의무 부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욱이 의사의 설명의무와 대부업자의 설명의무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곤란한 것이다
설명의무법 시행 이후의 전망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가능하다.
의사는 설명사항이 늘어나고 획일적인 설명의무의 부과로 인하여 방어적, 형식적 설명의 가능성도 있다.
수술이나 의료행위이후 환자들의 만족도는 이전보다 개선되는 것에 있음에도, 비현실적인 기대로인하여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학회나 의사협회에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자료를 만들어 배포를 하자는 의견도 있으며, 의학교과서 전체를 복사하여 수술기록지 등에 첨부를 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의견도 있다.
앞으로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또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행정기관에 개입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설명의무를 둘러싼 의료분쟁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설명의무로 인한 법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법적 혼란 우려되고 동일한 사안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과 과태료 처분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경우, 법적 안정성과 통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향후 과제
의료법상의 설명의무의 내용을 기존 법리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설명의무를 의료법이 아니라 민법상 진료계약의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동시에 환자의 의무도 같이 규정해야 한다.
설명의무에 대한 과태료 규정을 폐지하여 환자와 의사의 친밀한 관계를 손상해서는 안되며, 진료라는 민형사적인 영역에 설명의무에 대한 행정적 개입을 해서는 아니된다.
단기적으로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기관의 판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분)
의사의 의료행위가 성공적인 결과을 내기 위해서는 환자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의사는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의학적으로 최선의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또한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생명의 중대한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이유를 불문하고 의사에게 법적인 처벌을 넘어 행정적 처분을 한다는 것은 의사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결국 의사에게 성공적인 치료행위보다는 형식적이고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할 것이며, 결국 의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편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의 실수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의사 역시 실수를 통하여 새로운 겻을 배우고 익히며, 고난위도의 의료 헹위를 하는 의사일수록 의료사고의 경험이 많아서, 의료사고와 합병증에 대한 대처도 더 잘 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