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고찰
김강현
최근 잇달아 법원이 현대의료기의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어 의료계의 분노(憤怒)와 반발(反撥)을 사고 있다.
2023년 8월18일 대법원 1부는 뇌파계(腦波械)를 사용한 한의사의 행위가 합법이라고 판시하고,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의 2심(항소심)은 2016년 8월 판결문에서 “한의사에게 한의사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고,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원고가 복진 또는 맥진이라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Parkinson)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음” 이라 한 것 등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설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복진(腹診)이라는 것은 에도막부(江戸幕府)시대에 중의학을 비판하고, 당시 유입된 서양 해부학 등을 참고한 후 개발하였던 것으로, 결국 서양해부학 지식을 일본 캄포(漢方)의학으로 수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 행위로 근대에 만들어 진 것이고, 망진(望診)은 육안으로 증상을 보고 판단하는 지극히 관능적 진단인 것이다. [한의 표준임상 진료지침 사상체질병증]에도 망진은 “환자의 정신, 안색, 형태 및 환자의 배설물의 성질과 상태를 관찰하는 것으로, 전신부 망진, 안면부망진, 피부망진, 설진 등으로 나누어 실시한다. 전신부 망진은 전신적인 골격, 기육 등의 발달 정도와 사초(四焦) 부위에 따른 발달, 수척 정도를 관찰한다.

안면부 망진은 안면부의 색조와 윤택을 관찰한다. 피부 망진은 피부의 색조, 윤택, 건조도, 발진 유무 등과 모발, 조갑 등의 상태를 관찰한다. 설진은 설질과 설태 두 부분으로 나누어 관찰하고, 설질은 설의 색택, 형상, 운동 등을, 설태는 색택과 성상 등을 관찰한다. 문진(聞診)은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두 가지를 포함하며, 환자의 발음, 언어, 호흡, 해수 등의 소리를 듣고 분비물, 배설물, 체취 등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라고 씌여 있는데, 특히 파킨슨과 치매 진단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재판부가 신경학적 지식에 대한 이해 정도가 미흡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은 수련환경평가 등 전공의 수련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적법한 절차와 평가에 따른 전공의 수련과정이, 아무런 적법한 절차, 인증 그리고 검증이 전혀 없이 또한 이런 진단기기를 가르칠 국가 면허나 자격도 없는 자들에게 배우고 공부한 것과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즉 적법하게 승인된 전공의 임상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후에 비로소 제대로된 진단검사를 제대로 수행 할 수 있는데 단지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다는 막연(漠然)한 논리 이외에 현재 사용한 진단기기의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이 구체적인 한의학적 관련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그저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내용은 한의사의 일방적 주장(一方的 主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내용으로 의사로서는 조금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의대 교수의 논문(참고 Table1,4))을 보면 보조진단방법에는 초음파 진단기기는 없다. 아마도 한방진료에서 이것을 대부분 널리 사용하고 있다면 한방학술논문에 명칭(名稱)조차 없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언급된 다른 보조진단방법도 전통적 한방기기가 아니고, 서양(西洋)에서 개발되어 수입된 것으로, 최근 2000년대 초에 도입된 것도 있으니 이보다 더 오래된 초음파 진단기기의 언급이 2006년도 논문에도 없다는 것은 이른바 한의사의 진단의 보조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의과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아무런 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의과 의료기기의 본래 허가된 용도는 의과의 원리에 따라 의과진단을 위한 것 뿐인데, 한의사가 수행한 진단의 보조수단이 진단기기에 대한 식약처 허가사항의 어떤 것인가를 법원은 아무런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

Table1.4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도 하였는데,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법에 의거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료기기의 사용목적과 사용 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危害性) 등의 차이에 따라 체계적·합리적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의 등급을 분류하여 지정 후에야 출시하게 되어 있다.
즉 검사장비 자체는 위해를 일으키지 않고, 검사 결과의 오판(誤判)이 보건위생상 위해를 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전도 진단기기로 심장의 파형을 기록하는 그 행위자체는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지만, 급성심근경색이 막 발생하고 있는 심전도 파형을 눈으로 보고도 이를 진단 못할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의료기기의 보건위생상 위해는 없으나 오진(誤診)으로 인한 환자의 위해의 중대한 피해에 대한 인식이 조금도 없다는 것에 대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2023년 9월 13일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수원지방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최근 초음파 진단기기 관련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라, 피고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했고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도 없다고 한 듯하다. 1심 재판부는 골밀도 측정기를 “성장장애나 저성장증에 대한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방법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고, “골밀도 측정기는 피검자 손을 기기에 올리면 골밀도 값을 측정한다. 기기는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성장추정치를 자동으로 추출한다”며 “그 측정 결과 해독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으며, “한의사가 실시한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 태양과 교육 정도, 경력 등을 비춰봐도 당시 골밀도 측정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한 행위가 명백하게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다거나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기로 측정한 골밀도 값이나 촬영한 성장판 부위를 기초로 영상 진단 행위를 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기기에서 추출된 성장추정치(成長推定値)를 진료에 참고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서양의학적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골밀도 측정기는 골밀도 수치와 성장판의 크기 형태 밀도를 보여주며, 골밀도 수치-많은 연구와 진료를 통하여 축적된 의료데이타에 의하여 도출딘 수치에 따라 정상, 골감소증 골다공증, 심한 골다공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의 소아과 전문의가 고안해 낸 Tanner Whitehouse 3 method에 따라 골연령(骨年齡)과 추가성장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시피 한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대의학의 지식일 뿐인데, 이 서양의학적 지식을 “성장장애나 저성장증에 대한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방법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다”는 한의사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이번에도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논리적으로도 서양의학적 원리로 형성된 검사기법을 한의학적 보조진단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타당한 할까? “한의사가 실시한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 태양과 교육 정도, 경력 등을 비춰봐도 당시 골밀도 측정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한 행위가 명백하게 한의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라는 것에서 이른바 “보조적으로 사용”에 대한 명백한 내용도 없이 그냥 한의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라고 수긍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최근 9월 14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기환송심에서도 최종 무죄가 확정 선고되었다.
대법원이 작년 12월 22일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중략)…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2015년 민사(民司) 재판부는 한의사에게 환자가 청구한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임신에 관해서만 진료의 위임을 받았을 뿐 자궁내막증식증은 진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의사의)주장은 언어의 유희(遊戲)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찰과 조직검사를 받도록 설명하거나 전원조치(轉院措置)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환자는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으나, 임신을 간절히 원하여 표준치료인 자궁적출술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가임력 보존을 위해서 호르몬 요법만 받았으나 아직도 관해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 하여, 자궁내막증식증이 내막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제때에 진단을 받았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이처럼 최근 일련의 판결들은 의사 및 한의사로 하여금 각자의 면허범위에서 의료행위 및 한방의료행위를 하도록 규정하는 의료법 체계를 송두리째 무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초래될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외면한 불합리한 것이라고 질타(叱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특히 실시간(實時間)으로 영상을 촬영하면서 판독도 동시(同時)에 하는 특성이 있어, 당시에 제대로 병변을 찾지 못하면, 오진을 피할 수 없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특히 높은 진단검사이다.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기준은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의 원리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라는 새 기준에 따른다면, 행글라이더의 비행원리는 비행기의 비행원리인 베르누이 정리(Bernoulli’s theorem)를 적용 내지 응용한 것이다. 그렇다 하여 행글라이더 조종사가 임의(任意)로 비행 조종 공부한 뒤에 비행기 조종사 면허(免許) 없이 비행기를 조종하였을 때 이를 법원은 법적으로 무죄로 판단할 것인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의 논점을 살펴보자.
모든 경우에 법 제정 시점부터 그 이후에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들을 예측(豫測)하여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제정 당시에 예측 못하였다기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예측 못 하였기 보다는 1980년 초에야 외국에서 도입된 초음파 초기 모델 장비와 외국 학술자료를 가지고 의사들 조차도 소수의 대학병원에서 겨우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할 정도로 초보적 수준이고 당시 한의사들은 전통적 고유진료만을 하던 시기로, 그 당시 사회 여건상 굳이 이를 금지할 필요가 조금도 없는 상황은 도외시하고 단지 문언적으로 금지 규정이 없다고 하여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통념(社會通念)에 따라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운전면허자가 교통법규위반을 하여 이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取消)당한 뒤에나, 또는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였으나 아직 면허증을 교부받기 전에, 즉 운전할 능력은 실제로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라도 운전을 한다면 불법이지 않는가?
하물며 의료인이 관련 면허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하여야 하는 현행 의료법에 근거하여 판단할 때, 그 행위가 관련면허 내에 속한다는 명백하게 입증할 근거가 없다면 적법하게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로 인하여 혹시라도 야기될 수도 있을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